건강 수명을 늘리는 항노화 의학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래 평균 수명의 증가와 저출산 현상의 상승 작용으로 인구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노인성 질환의 증가와 늘어난 노후 기간을 즐겁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여건도 부족한 형편이다 보니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 수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어느 광고 카피도 있습니다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건강 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모든 생물의 기능은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합니다. 우리 사람의 경우에도 어느 시기까지는 정신과 신체의 기능이 발달하여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쇠퇴하고 저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노화란 동맥 경화, 암, 치매 등의 질병과 무관하게 나이가 들면서 몸의 구조가 점진적으로 퇴행성 변화를 나타내고 기능 또한 점차 떨어지면서 질병과 사망에 대한 감수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단백질 합성 능력이 감소하고 면역 기능이 저하되며, 근육량도 줄어 들고 근력 또한 감소됩니다. 또 체내의 지방 성분은 증가하고 골밀도가 감소하여 뼈가 약해지는 것 등이 노화로 인한 전형적 현상입니다.

 

노화가 일어나는 기작에 대하여는 우리 몸 안의 어딘가에 생체 시계가 있어서 사람마다 미리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신체의 성장, 발달, 유지와 노화 과정이 조절된다는 유전적 프로그램설, 체세포의 돌연변이에 따른 것이라는 설, 특정 호르몬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내분비설, 면역 감시기능 저하에 의한 것이라는 설, 스트레스 유발에 의한 것이라는 설 등 다양한 학설이 있으나, 아직까지 노화의 원인과 작동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지만 노인으로 오래 살기는 원치 않으며, 특히 건강하지 못한 상태의 노인으로 오래 살기는 더더욱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겪게 되는 쇠퇴적인 변화 현상이 노화이지만, 진행 속도에 있어서 개체간 차이가 큰 것이 또한 노화가 가지고 있는 큰 특색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50대와 같아 보이는 70대, 70대와 같아 보이는 60대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노화 자체가 질병은 아니더라도, 면역력과 적응 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질병에 취약하게 하고 생리적 활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자신감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장애가 됩니다.

 

 

 

항노화 의학은 1990년대 미국에서 장수의학과 함께 시작된 새로운 의학 분야로 노화를 질병의 직접 유발 요인으로 보고 노화를 일으키는 각 원인에 대하여 예방 및 대응 치료를 통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현재의 항노화 의학 수준이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과 기제를 완벽히 밝혀 노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 마련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노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는 이미 상당한 업적과 성취를 이룬 바 있으며, 최근에도 이러한 분야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노화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서로 다른 원인을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발견하여 그에 상응한 적절한 예방과 치료 등의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노화의 진행 속도를 늦춰 생물학적 나이를 10년 이상 되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 국내에서 항노화 의학 분야가 근본적인 노화 방지 보다 피부, 비만 등 너무 미용적인 측면만이 강조되고 있는 듯 하여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노화 방지의 진정한 의미는 노화 이론과 학설을 토대로 개인 별 노화와 관련된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고 지연시킴으로써 평균 수명의 증가로 늘어난 노년기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습니다. 다가오는 평균 수명 90세, 100세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평균 수명만큼의 건강 수명을 다함께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김철웅 병원장